• 멍 때리기, 뇌의 수행능력을 높여준다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 1035호 | 2019.12.04 10:44 | 조회 1761 | 공감 1
       

    멍 때리기는 흔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 눈을 팔거나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다. 지금까지 멍하게 있는 것은 비생 산적이라는 시각 때문에 다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멍 때리는 행동에서 세상을 바꾼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온 때가 많다.



    멍 때릴 때 아이디어가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헤론 왕으로부터 자신의 왕관이 정말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간 목욕탕에서 우연히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곤 너무 기쁜 나머지 옷도 입지 않은 채 ‘유레카’라고 외치며 집으로 달려갔다고전해진다.
    굳이 역사 속 현자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도 책상 앞에서 머리를 쥐어짤 때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멍하니 있을 때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때가 많다. 실제로 미국의 발명 관련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약 20%는 자동차에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한다.      

    과학적 근거 밝혀져

    ‘멍 때리기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일일까?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지난 2001년 뇌 영상 장비를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알아낸 후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특정 부위는 생각에 골몰할 경우 오히려 활동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뇌의 안쪽 전전두엽과 바깥쪽 측두엽, 그리고 두정엽이 바로 그 특정 부위에 해당한다.
    라이클 박사는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이 특정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 명명했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default) 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바로 뇌의 DMN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DMN은 하루 중 몽상을 즐길 때나 잠을 자는 동안, 즉 외부 자극이 없을 때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 부위의 발견으로 우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해도 뇌가 여전히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이유가 설명되기도 했다. 그 후 연구를 통해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도 DMN이 매우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DMN이 활성화되면 창의성이 생겨나며 특정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잇달아 발표됐다. 일본 도호쿠 대학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의 뇌혈류 상태를 측정했다. 그 결과 백색질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혈류의 흐름이 활발해진 실험 참가자는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내는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가 쉬게 될때 백색질의 활동이 증가되면서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미국 코넬 대학 연구팀은 유명인과 일반인의 얼굴 사진의 차례대로 보여준 후 현재 보고 있는사진이 바로 전 단계에서 보았던 사진의 인물과 동일한지를 맞추는 ‘n-back’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DMN이 활성화될 때 유명인의 얼굴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치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멍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있을 때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의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기존의 인식을 뒤엎은 연구 결과였다.


    여유와 노력이 함께해야

    현대인은 잠깐의 먼산바라기를 할 시간조차 차츰잃어가고 있다. 지하철을 탈 때는 가만히 있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잠깐 쉬는시간에도 휴식이라는 이름 아래 게임을 주로 즐긴다. 온종일 끊임없이 뇌를 통해 무언가를 하기 바쁜 현대인에게 잠깐씩의 멍 때리기가 절실한 셈. 멍하게 있는 것은 뇌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자기의식을 다듬는 활동을 하는 기회가 되며,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감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준다.
    단, 멍한 상태 자체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문제에 대한 배경지식과 이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만 그 같은 달콤한 결실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키메데스도 평소의 배경 지식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목욕탕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다. 뇌는 준비된 자에게만 멍때리기를 통해서 베푼다고나 할까.



    본 콘텐츠의 내용 일부는 신문에 맞추어 수정됐습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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